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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질/기타 덕질기록

지나간 10대와 악뮤를 추억하는 글

by *후라이* 2020. 7. 22.

https://www.youtube.com/watch?v=qsy-zJXLchk

정말 오랜만에 악뮤 수현의 라이브 영상을 보고 너무 감동이 커서 기록하려고 쓰는 글. 
수현이가 혼자 비긴어게인 2부터 3까지 불렀던 악동뮤지션의 노래들을 쭉 듣는데 엄청나게 늘어버린 실력과 표현력이 어우러져서 앨범 속 음원과는 또 다른 감성을 만들어내는데 이게 이렇게 놀랍고 새로울수 없다.
시간과 낙엽, 200%, 작은 별, Re-bye 이 네 곡의 라이브 영상을 봤는데, 진짜 악동뮤지션의 노래에는  엄청나게 강렬한,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의 힘이 분명히 있는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매번 노래를 들을때마다 감정이 이렇게 요동칠수가 있는걸까..ㅠㅠ 
악동뮤지션 노래를 들으면 왜이렇게 가슴에 사무치는 슬픔 같은게 깊숙한 곳에서 쥐어짜듯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다른 노래들은 안 그런데. 노래 듣고 눈물 터진게 진짜 오랜만인듯 .. 처음 눈물났던건 오랜날 오랜밤이었는데. 항해 앨범 듣고 울컥은 해봤어도 막 흘릴정도로 눈물이 나진 않았는데..... 시간과 낙엽 엄청 오랫동안 안듣고 있었다가 라이브영상덕에 오랜만에 듣는데 와 ..진짜.....진짜.....너무 이상하고 묘하고 슬프고 벅찬 감정이 동시에 들어서 견디기가 힘들었다.. 라이브영상 안 본 몇년 사이에 노래실력은 진짜 너무 많이 늘었고..(원래도 너무 잘했지만 가성이랑 진성 넘나들면서 컨트롤하는거라던가 끝처리라던가 발성이라던가 그런게.잘은 모르지만 엄청 늘었다는게 느껴졌다)  감정표현을..정말 너무너무 잘하더라 완전 놀랐다. 그 감정이 진짜 막 나한테 다 전달되는거 같았고.. 무엇보다 가사가 정말 너무너무 아름다워서 어떻게 이럴수가 있지 를 속으로 진짜 오백번은 생각한것 같다 .. 한글날 기념으로 영어가 하나도 안들어간 오로지 한국어로만 이루어진 곡을 발표했다는데 이미 그 의도부터가 너무 예쁜데..가사까지 진짜 한편의 시처럼 너무너무 물흐르듯 아름다워서 진짜 말로 설명할수 없는 황홀감을 느꼈다.

'시간은 물 흐르듯이 흘러가고 난 추억이란 댐을 놓아 / 미처 잡지 못한 기억이 있어 오늘도 수평선 너머를 보는 이유'
가사의 음절 하나하나, 자음과 모음의 이어짐, 멜로디의 높낮이, 수현이의 맑고 높고 청아한 목소리, 헨리의 바이올린과 기타 반주, 다른 두 가수의 코러스가 어우러져서 노래 그 이상의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게 뭔지는 나도 정확하게 말로 설명을 못 하겠다. 진짜 좀 뭐랄까 충격이면서도 동시에 너무 생소한..'감격'이라는 것과 비슷한 종류이지만 또 다른 듯한 감정이었다.  진짜 어떻게 이럴수있을까 대체 어떻게 ㅠㅠㅠㅠ....
나는 악동뮤지션 앨범들과 같이 자라왔다. 모든 노래가 그 어디에도 표출할 수 없었던 답답한 내 감정을 표현해주고 있었다. 어쩌면 악뮤의 노래들이 그때 내 감정의 돌파구였었을지도 모르겠다. 초록창가, you know me, 사소한 것에서, 갤럭시 같은 노래들을 정말 닳고 닳고 닳도록 들었다. 그때 하도 들어서 결국 질려 버렸다. 지금은 거의 안 듣는 노래들일 정도로.. 그렇게 악동뮤지션 노래와, 그리고 수현이와 거의 또래니까 .. 나이도 마음도 같이 자라왔던 나였기 때문에 악뮤 노래를 들으면 아주 오래된 친한 친구와 시간을 함께 보내는 듯한 느낌을 받았었다.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편한 친구 말이다. 그리고 지나간 사춘기를 회상할 때처럼 잔잔하고 그리운 기분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 영상에서 그런 기분이 완전히 최대로 증폭되어서 느껴졌다. 
지금도 물론 어린 나이지만 10대에는 이것저것 계산 안하고 그냥 정말 순수하게 좋아했던 마음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봤던것 같다. 나뭇잎 사이로 부숴지며 내려오는 햇빛, 볼을 스치는 바람, 새소리, 변해가는 계절.. 이런 사소한것 하나하나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그런것들을 소중하게 여기면서 내 마음 안에 차곡차곡 쌓아가던 시기였던것 같다.   지금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요즘 악뮤 노래를 들을때마다 몸 깊숙한 곳 어딘가가 쥐어짜내이듯이 아픈 감정이 들었엇다. 

그런 감정이 든 이유가 뭔지 딱 찝어서 생각나지 않아서 그냥 내버려두고 있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아마도 지나간 그런 시절을 그리워하는 마음이었을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 시간과 낙엽 이라는 곡이 딱히 슬픈 노래도 아닌데 , 가슴이 정말 찢어지는것 같은 슬픔을 느꼈다. 

 

이제서야 고작 스물 셋밖에 되지 않은 나이지만, 햇수로 4년이 되는 기간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체감상 5년은 된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악동뮤지션의 노래는 정말이지 동심 그 자체라서.. 성인이 되고 나서는 손이 잘 안 갔었다. 실제로도 한 2년정도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초록창가도 거의 1년에 한번 들을까 말까였던것 같다. 그렇게 앨범을, 나의 10대를 잊고 살았었다. 그래서 그때 자주 들었던, 그리고 너무 좋아했던 노래를 아주 오랜만에 들으면서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었던 순수했던 그때의 내 모습을 다시 추억할수 있었다. 지금은 어떤것을 좋아해도 순수한 마음으로 좋아하지 않는다. 끝까지 재고, 또 잰다. 계산도 한다. 머리도 굴린다. 마지막으로 그렇게 뭔가를 좋아해본적이 언제인지도 기억이 안 나는데, 악뮤의 노래를 들으면 내가 지금 당장 그렇게 순수했던 마음으로 다시 돌아간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지금의 나는 아닐지라도. 


심지어 어떨 때는 아주아주 큰 아름드리 나무 밑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잔디밭에 누워 온몸으로 내려앉는 초봄의 햇살을 받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줄 때도 있다. 아니면..  백사장에 홀로 앉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바다고 하늘인지 모를 만큼 컴컴하고 깊은 바다를 아득히 바라보고 있는 듯한 느낌. 악동뮤지션의 노래는 나에게 정말 그렇게, 예쁘게 장식된 상자에 고이 넣어 두고 오랫동안 조심조심 바라보고 싶은 작고 반짝이는 보석같은 음악이다.

 

음악이 주는 영감은 그 어떤 예술보다도 감정을 요동치게 만든다. 

정말 많은 생각이 드는 영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