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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영화

영화 <중경삼림> (리마스터링) 리뷰 (+연출 분석)

by *후라이* 2021. 3. 9.

중경삼림 (Chungking Express, 1994)

중경삼림 (Chungking Express, 1994)

드라마 | 왕가위 | 홍콩 | 97 | 1995.09.02 개봉 / 2021.03.04 재개봉

금성무, 양조위, 임청하, 왕페이

15세 관람가(국내), PG-13 (해외) 

 

관람객 평점 9.32

네티즌 평점 8.93

 

관람평 ★☆ (7.5/10)

 

드디어 !!! 해투 다음으로 넘 보고싶었던 중경삼림을 보고왔다.

왕가위감독 영화는 해투가 처음이었고 이게 두번째인데 영화 시작하자마자 계속 보이는 연출쪽 공통점 때문에 초반이 되게 흥미로웠음. 이래서 같은 감독 작품들을 많이 보는거구나 싶었음.

내가 본 거를 대충 정리해보자면 

1. 공통적으로 쓰이는 소재 
-전화 , 반자동시계 (촤라락 하면서 넘어가는 시계를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음)
-> 두 주인공 사이에 시간은 동시에 흘러가지만 서로 다르게 지나가는 마음들? 같은걸 표현하려고 한것 같았음.

2. 엿보는듯, 몰래 보는듯한 카메라 구도
-제 3자의 시선에서 주인공을 보는 느낌이라 영화 안에서 감정의 흐름들이 더 적나라하게 보이는 느낌??

해투에 이어서 중경삼림을 보니까 왕가위감독은 인물간에 오고가는 '시선'을 연출과 카메라를 통해 잘 담아내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음..  그래서 그 맥락으로,

3. 직접적으로 촬영하지 않고 어딘가에 비춰져서 보이는 상을 촬영한 것 
-거울, 쇼윈도, 창문 등에 비춘 인물 : 그 찰나에 주인공의 1인칭 시점과 관객의 3인칭 시점이 적절하게 섞이면서, 비춰지는 인물-그 인물을 보는 주인공-관객 사이의 시선을 영화 안에 묶어둔? 느낌이 들었음

4. 위태로운 레이아웃
-왕가위 영화에서 공통적으로 다루는 불안하고 어긋나고 위태로운 사랑을 시각적으로 잘 표현해주는 레이아웃들을 많이 써서 감독이 영화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것에 설득력이 생기는듯.

5.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이 들어가 있는 헨드헬드 + 익스트림클로즈업샷
- 이것 때문에 내가 진짜로 그 영화 속 상황에 들어가 있는 느낌이 들어서 .. 영화 보는 내내 되게 생경하고 적나라한 감각에 노출된것같은 기분이 듦.. 그래서 해투 볼때도 아휘가 일하던 식당의 음식냄새, 방 안의 퀘퀘한 냄새나 새벽 공기 냄새..같은게 느껴지는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중경삼림 볼때도 마찬가지였음 왠지 샐러드 소스 냄새나 콜라의 톡쏘는 맛, 주점의 알코올 내, 골목에 고인 물비린내 같은게 느껴져서 그 공간 안에 온전히 몰입할수 있었던게 좋았음

6. 색과 빛의 대비
- 해투에서 조명이나 자연광을 이용한 색 대비를 활용해서 화면의 시각적인 텐션을 만들어낸게 되게 인상깊었는데 중경삼림에서도 비슷하게 활용을 한게 보이니까 되게 흥미로웠음 
특히 광원이 엄청 많아서 불규칙적으로 산란하는 빛 + 색대비의 효과를 많이 사용한것 같았음 
ex 1) 세개의 씨디가 이리저리 돌아가면서 무지갯빛 산란광이 어지럽게 퍼지는 씬이 두번이나 사용된 것
ex 2) 충킹맨션의 어둑한 복도에서 여러개의 푸른,초록빛 형광등이 약하게 벽과 바닥에 반사되는데 그 푸른빛과 임청하 캐릭터의 노란 가발, 누런 레인코트, 빨간 테의 선글라스가 보색대비를 이루면서 시각적으로 임팩트가 있었던 것
ex 3) 페이의 가게가 정전이 됐을 때, 수십개의 촛불들이 주황빛으로 어지럽게 일렁이면서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 것 (고채도 고명도의 주황색+검정색의 대비)

7. 중간중간에 뜬금없이 넣은것 같지만 인물의 서사나 감정과 관련되어있는 풀샷의 배경 씬들
- 이런 씬들의 삽입 덕분에 왕가위 영화가 전체적으로 에스테틱 같거나 잘만들어진 뮤직비디오같다는 느낌을 들게 만드는데 한몫 한거 같았음

대충 이정도가 될거 같음..

 

해투가 연출 힘 많이뺀거라카던데 찐이었다...진짜 테크니컬? 하다고해야하나 영화가... 막 중간에 컷이 멈춘채로 앰비언스랑 나레이션만 나오는 컷들도 인상깊었고, 컷의 호흡이나 카메라워킹, 연출 텐션, 사운드 같은게 완벽하게 적절하게 조화돼있어서 진짜 웰메이드라는 생각은 들었음.
그리고 감독이 같은영화 두개이상 본건 이번이 처음이라 연출스타일 겹치는거 보이는게 신기했다ㅋㅋㅋ 핸드헬드나(해피투게더는 애교였음)공통적으로 사용하는 미쟝센 (반자동 전자시계, 날짜, 전화) 엿보는듯한 카메라 구도, 어딘가(거울, 창문, 쇼윈도 등)
에 비친 인물, 특유의 위태로운듯한 레이아웃, 중간중간 뜬금없이 끼워넣은것처럼 느껴지는 사람이 없는 풍경 컷, 색온도와 컬러대비가 뚜렷한 조명들(특히 정전됐을때 주황빛의 촛불로 화면이 가득 찬 장면이 굉장히 시각적으로 인상 깊었다) , 영화에서 음식을 담아내는 폼 같은거.. 그리고 해투나 중경삼림 모두 인물간에 오가는 '시선'을 되게 잘 담아내고 표현하는 감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찰나에 연결되어있는게 시선뿐 아니라 감정과 마음인걸 카메라에 담아내는게 신기한것 같다.
그리고 영화 초반에는 진짜..영상미 때문에 계속 감탄했다. 특히 그 술집에서 씨디가 반짝거리면서 돌아가는 장면이 너무 예뻐서 약간 꿈꾸는듯한 황홀감?까지 느껴졌다.
하 근데 내가 연애경험이 없어서 그런건지는 몰라도.. 이런식으로 자기도모르게 사랑에 빠지는 .. 그런 되게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감정은 도저히 몰입이 안되는것같다..어른의 사랑같은ㅋㅋㅋㅋ느낌이랄까ㅋㅋㅋ 왕가위 감독의 작품은 두개째 보니 이사람이 사랑이란 흔해빠진 소재를 얼마나 독특하고 신선하게 다루는지 알것같긴 한데 완전히 공감이 가질 않는것 같다..해투때는 좋았는데.

아 근데 금성무랑 양조위 진짜 잘생기게 나오더라.....금성무는 중경삼림으로 처음 본건데 .... 왜 금성무 금성무 하는지 알겠더라 내가 그런 느낌의 남자 얼굴중에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이목구비가 현실로 빵 나타난 느낌이었음 ㅋㅋㅋㅋ 심지어 연하남 롤이라 더 내취향이었엌ㅋㅋㅋㅋ 파인애플 통조림 30개 먹는건 좀 충격이었지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양조위는 그 마지막 씬이 진짜 대박인듯 티켓 다시 만들어주는 (?) 왕페이한테 눈을 끝까지 안떼는게.... 내가 다 설레서 죽을거 같았음 ㅋㅋㅋㅋㅋ
그리고 그 체크남방 진짜 개잘어울림 ....어휴 

맞다 그리고 임청하 캐릭터는 비주얼적으로 진짜 임팩트 있더라. 특유의 키치한 느낌이 왕가위가 담아낸 홍콩 뒷골목 분위기랑 너무 찰떡으로 잘 어울려서 좋았음 ㅋㅋㅋㅋㅋ 어떻게 그런 비주얼을 연출할 생각을 했지..  그리고 그 캐릭터가 홍콩 뒷골목을 쑤시고 다니면서 윽박지르는 장면이랄지 푸른조명이 아른거리는 수선집에서 마약봉투를 옷안에 구겨넣는 장면이랄지 그런것들이 캐릭터 이미지랑 묘하게 섞여들어갈때의 분위기가 참 묘하더라.. 왕페이가 시장에서 점심먹는 663이랑 만나는장면도 뭔가 청량?하고 발랄해서 좋았다 ㅠㅠ

약간 호 반 불호 반인것 같음 아주 노잼은 아닌데 그렇다고 해투때처럼 끝나고 (좋은 쪽으로) 멍한 느낌이나 여운이 그닥 없었음 ㅠㅠㅠ 명작인건 알겠는데 딱히 영화의 전반적인 느낌?감성?에 공감은 안갔음 ㅋㅋㅋㅋㅋ 두번 보라고 하면 볼수는 있을거 같긴 한데...내가 자발적으로 보러가고싶은 마음은 안 들음 ㅠㅠ 나중에 시간 많이 지나서 다시 보던가 해야지..

아 그리고 사진좀 찾아보다가 이 사진보고 깜짝 놀랐는데, 영화관에서 볼땐 오브제가 너무 많아서 인형 사가지고 나오는 사람이 누군지 확실하게 못봐서 그냥 지나쳤었는데 다시 보니까 페이였다 !!!!! 완전 놀랐음... 난 이게 시간순으로 진행되는줄 알았는데 (1부에서 2부로 넘어갈때 하지무가 나레이션으로 6시간 뒤에 이 여자와 사랑에 빠지는 다른 사람이 있다 뭐 이런식으로 나레이션이 들어갔어서) 그냥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진행되는 다른 이야기였던거다..!!!! 그럼 장면이랑 나레이션이랑 아다리가 안맞아서 뭔가 이상한데 작중에서 날짜까지 같이 나오는 시계에 날짜랑 요일이랑 안맞는다고 해서..일부러 그렇게 연출한건가 싶어서 약간 소름돋았음.

시계의 날짜가 안맞는다는 정보를 트위터에서 봤는데, 그 밑에 달린 타래의 내용이 이거였다.

 

결국 관객이 이 영화를 보며 믿을 건 과거도 미래도 아닌 현재 순간밖에 없게 되는 것이고.. 현장에서 각본 쓰는 감독이 이 시간적 장치들을 실제로 다 의도한 거였다면ㅋㅋㅋㅋ 정말 박수치고 싶어짐

 

이거 읽고 완전 소름돋았다..;;;;; 왕가위가 평소에 '시간'에 굉장히 관심이 있었다고 하는걸 보니, 왕가위의 연출은 '시간과 순간, 그리고 찰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보는 장면이 현잰지 미래인지 과건지 알수없게 만드는..... 그래서 당장 나오는 장면에만 집중할수밖에 없게 만드는.. 찰나에 지나치는 감정과 느낌에만 집중하게 하는 연출을 애초에 의도한 거라면..? 해피투게더 볼때도 앞뒤내용 하나도 모르겠고 그냥 장면장면에만 몰두하게 됐던 게 괜히 그런게 아니었던거 같아서 약간 신기함.. 왕가위는 자기가 의도한 느낌이나 생각이나 감정을 관객들한테 어떻게 영상으로 전달해야할지 너무나 잘 아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음. 그 재료 중 하나가 이 감독의 영화에서는 미장센이라고 생각하는데, 해피투게더와 중경삼림에서는 시계, 달력, 날짜 같은것들을 집중적으로 반복해서 보여주면서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들을 자기 의도에 따라 미장센을 어떻게 요리해야하는지도 아는 사람 같았다.... 너무 천재 같아서 얄미울 지경. 어떻게 이런 영화들을 만들수가 있지 ㅠㅠㅠ잔상같은 이미지로 나열된 촬영도 그런 찰나의 순간을 영상으로 표현하기에 딱 적절했던것 같다. 

또보고싶게 만드네...